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세입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임대차 3법'의 폐지 혹은 축소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에 따라 전세가가 이중으로 구성되고, 전세 매물이 줄어들어 전세난이 가중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임대차 3법
임대차 3법은 세입자가 원할 경우 2년짜리 전월세 계약을 한번 더 연장해 최대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계약갱신청구권', 갱신시 임대료를 5%까지만 올릴 수 있는 '전월세 상한제', 임대차 계약 당사자가 계약 30일 이내 관련 정보를 신고해야하는 '전월세신고제'를 의미합니다.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인 장치입니다. 기존 상가건물에 적용되었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비슷하게 주택의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입니다.
임대차 3법 부작용
일단 임대차 3법의 취지는 그러한데요. 지난 2020년 7월 관련 법들이 속속 적용되면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겨났습니다.
우선 전세 보증금이 급등했습니다. 일단 세입자를 받으면 5%까지만 전세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임대인들이 전세나 월세를 높은 가격에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이 높으면 계약을 안하면 되는게 일반적인 생각인데요. 전세가격이 높아도 은행을 통해 전세자금대출이 쉽게 나옵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금리도 낮았죠. 억단위 대출을 받아도 생각보다 부담이 안됩니다. 그리고 계약이 만료되면 다시 돌려받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나온 전세 매물이라도 별 거부감없이 세입자들이 소화했습니다. 그 결과 신규 계약건의 전세가격이 폭등했죠.
게다가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 5% 정도만 전세가격이 상승걸로 실거래가가 나오고, 신규 거래건은 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된 걸로 나오는 전세가격의 이중화가 나타났습니다. 조금 웃기는 부작용이죠. 이런 매물들 역시 결국 높은 가격쪽으로 수렴하게 되고 5% 상한을 둔 의미가 희석되었습니다.
전세를 놓아도 5% 밖에 올려받지 못하기 때문에 전세 보증금 인상분의 일부를 월세로 받는 반전세 형태의 매물이 증가했습니다. 또 이런저런 제약이 있는 전세보다 낮은 금리 대비 매력적인 월세로 눈을 돌리는 임대인도 늘어났습니다. 거기에 많은 임대차계약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계약을 연장하다보니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 자체가 씨가 말랐습니다. 이런 상황에 전세금을 억단위로 올려받아도 쉽게 쉽게 계약이 되는 상황이 나왔습니다.
이에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에 앞서 임대차 법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공약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 임대차 3법 폐지 및 축소 추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전세자금대출을 DSR 규제에 포함시키거나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보증금을 차입금 형태로 보는 등의 방법도 있겠지만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는 임대차3법 폐지 혹은 축소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윤석열 당선인의 후보 시절 전월세 대책을 보면 '월세 세액공제 확대', '민간임대주택사업자 세금 감면 혜택을 통한 임대료 인하' 등을 공약했습니다. 인수위가 출범하고 부동산TF 팀장으로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임명하면서 임대차 3법 폐지 및 축소를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규제보다는 시장에 맡기고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진흥해서 공급을 늘려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임대차 3법은 법이라는 겁니다. 즉 대통령이 전권을 가지고 수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입법기관인 국회를 통해서 수정해야 합니다. 국회는 현재 여당, 곧 야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을 잡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이에 심교언 교수는 임대차 3법의 부작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법 개정을 위해 민주당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민주당을 설득해 법을 고치는 쪽으로 진행하고, 단기적으로는 민간 임대 등록, 민간 임대 주택 활성화 등을 제시하면서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변하고 있는 환경
문재인 정권에서 진행했던 임대차 3법을 윤석열 정권에서 뒤집는다고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임대차 3법이 도입될 당시와 축소 및 폐지를 추진하는 현재 상황이 매우 다르거든요.
바로 금리인상이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임대차 3법의 가장 큰 구멍은 전세자금대출이었습니다. 전세보증금이 비싸도 세입자들이 쉽게 대출을 받아 올라간 전세보증금을 소화해줬습니다. 전세보증금이 비싸져도 은행을 통해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고 코로나19로 금리도 많이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전세자금대출이 부담스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전세 매물이 나오기만하면 집도 안보고 계약하는 상황까지 나왔었습니다.금리인상이 시작된 지금도 전세자금대출을 받는건 어렵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에나 가계대출총량규제때문에 대출제한이 걸렸던 것이지 이제 다시 풀렸거든요. 하지만 이자는 무서워졌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의 금리가 5%대로 칫솟으면서 억단위의 대출을 일으키는게 매우 부담스러워졌습니다.게다가 이 금리는 더 오를 예정입니다.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했고 이로 인해서 시중금리가 먼저 올라있다고는 하지만... 미국이 올해 최대 7번까지 금리를 올릴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은 환율방어를 위해서 기준금리를 따라 올릴 가능성이 높고, 대출금리도 덩달아 올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 갈수록 대출받기 무서워집니다.
뭐 이런상황에서 임대차 3법을 그대로 두더라도 이전에 발생했던 부작용이 자연스럽게 없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높은 전세가를 세입자들이 소화할 수 없거든요.
문제는 우리나라의 전세자금대출이 주거복지와도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집을 살만한 여력이 안되는 서민층에게 양질의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의 역할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세입자들이 대출받을 능력이 안되어 전세매물을 소화 못시키는 현상은 복지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시장논리에서는 당연한 문제지만 복지측면에서는 그러면 안되겠죠.
결국 임대차 3법을 폐지하면서 임대사업자를 통한 임대물량을 공급해서 전월세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을 단순히 임대차 3법의 폐지와 축소만 생각해서는 안되고 상승하고 있는 금리와 함께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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