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7일 비공개로 열린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즉, 중고차 업계에 현대차나 기아 등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생계형 적합 업종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는 업종과 품목에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기간은 5년으로 만료 이후 재심의를 받아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에 대해서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인수, 개시 또는 확장이 금지됩니다. 다만 소비자 후생이나 관련 산업의 영향 등을 고려해서 대기업의 사업 승인이 가능합니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후 2019년 2월까지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은 불가능했었는데요. 2019년 2월 보호기간이 만료되자 중고차 업계는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중소벤처기업부에 요청했습니다.
당초 중소벤처기업부는 2020년 5월까지 결론을 낼 방침이었지만 2년여간 결정을 유보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1월 다시 심의위를 열어 적합업종 지정을 논의했지만 여전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미지정을 결정했고,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대차 인증 중고차?
2019년 2월 보호 기간이 만료되고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이 보류되면서 2년 동안 대기업,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차근차근 중고차 매매업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현대차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까지 제시하면서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습니다. 현대차는 5년, 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하겠다는 내용의 인증중고차(CPO) 추진방향을 밝혔습니다. 현대차는 자사 브랜드 차량을 매입해 200여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통과한 양질의 차량만 판매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현대차가 인증한 중고차인 셈입니다.
물론 현대 브랜드 이외의 벤츠나 BMW 같은 외제차도 매입하긴 하는데, 인증중고차 대상 이외의 매입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서 기존 매매업체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시장 점유율도 올해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로 제한해서 중고차 매매업으로의 빠른 확산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 밖에 기아는 전북 정읍시에 중고차 사업 등록을 신청한 상태이며,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중견 3사도 내부적으로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차가 중고차에 진출하는 이유?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 계산이 있겠습니다만 몇 개를 꼽아보면,
우선 자동차 매매를 통한 수익성 향상입니다. 우리나라의 신차 수요는 날이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집집마다 두 대 이상의 차량을 소유한 가구도 많은데요. 이런 상황에서 신차만 팔아가지고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듭니다. 신차는 한번 팔면 수익창출이 끝나는 반면 중고차는 여러번 매매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신차 시장보다는 중고차 시장이 더 커질텐데 그 시장에서 수익을 내고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가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면서 중고차 매매업을 하겠다는 이유는 현대차에 대한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함입니다. 현대차가 시행하고자하는 '인증 중고차'는 이미 외산 수입차 브랜드가 오래전부터 시행하던 사업입니다. 자사 브랜드 중고차를 매입해서 품질을 다시한번 검증해 시장에 내놓는 만큼 차량의 브랜드 가치가 덜 훼손됩니다.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신차던 중고차던 매매할 때 수익을 더 뽑아낼 수 있음을 의미하겠죠.
특히 그 동안 외산 수입차 브랜드는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국내 완성차 업체는 이런 규제로 못하고 있어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분들도 더러있는데요. 대부분의 소비자분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12월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긍정적으로 답했습니다.
아무래도 중고차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의 비대칭으로 허위 매물, 미끼 매물 문제가 많았는데요. 이로 인한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이 오랜기간동안 쌓여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적합업종 지정기간동안 경쟁력을 키워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줬음에도 크게 달라지지않아 소비자 후생이 개선되지 않았던 점도 아마 고려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마치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용산 전자상가의 전성기가 저물었듯이 시대가 바뀌면서 중고차 매매업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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