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상반기 추진예정이었던 한국형 IC카드 독자 표준인 ‘KLSC(Korea Local Smart Card)’와 카드사간 앱카드 상호연동 즉 ‘오픈페이’ 도입이 모두 하반기로 미뤄졌습니다. 서비스를 도입하기에 앞서 안정성 검증과 검증 작업은 물론 업체 선정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전체 도입 시기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KLSC(Korea Local Smart Card)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KLSC
KLSC는 Korea Local Smart Card의 약자로 2021년 초 여신협회와 신한, KB국민, 현대, 삼성, 우리, 하나, 롯데, BC, NH 농협 등 9개 카드사가 한국의 독자 IC 카드 표준 제정에 합의하고 만들어진 규격입니다. PoC는 삼성카드와 롯데카드가 참여했고 베타 테스트를 마치고 2022년 상반기에 전체 카드사에 도입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국내 카드사가 KLSC라는 독자 규격을 구축하려는 이유는 EuroPay, Master Card, Visa Card 같은 글로벌 카드사로 나가는 막대한 수수료 때문입니다. 이런 글로벌 카드사는 국제 표준인 EMV 결제 규격을 만들었고, 독자 규격이 없었던 국내 카드사들은 EMV 결제 규격을 따라왔습니다. EMV 규격을 따르면서 EMV IC 칩을 카드에 심어야했고, 칩 사용을 대가로 EMVCo와 그 회원사들에게 칩 비용과 결제 수수료를 지불해야했습니다. EMV는 Euro Pay, Master, Visa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국내 카드사들이 EMV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연단위로 1000억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안그래도 카드 수수료가 낮은 상황에서 각종 페이류들이 도입되고 NFC 결제 시대가 도래하면서 EMVCo로 나가는 수수료까지 생각하면 카드사의 어려움은 점점 심해져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동안 한국이 별도의 독자적 신용카드 결제 규격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도 BC카드 같은 금융사 연합 카드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BC카드를 중심으로 독자 규격을 만들려고 시도는 했지만 지지부진했습니다. 이후 JUSTOUCH 같은 독자 NFC 결제 규격도 시도했지만 역시나 용두사미로 끝났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대 중반부터 VISA 카드를 시작으로 EMVCo 회원사들이 카드 비용과 사용 수수료를 올리고 모든 카드에 자사 NFC 결제 기능 탑재를 의무화 하는 등 조건이 좀 더 빡세지면서 다시 한국의 독자 결제 표준 규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게 KLSC입니다.
국내 카드사들이 단독으로 KLSC라는 이상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아니고요. EMVCo 규격과 상호호환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합니다. 기존 결제 기기에서 사용가능하려면 어쩔 수 없이 EMVCo 규격과 호환되어야 합니다.
당장은 국내 전용 카드에 청구되던 EMVCo 수수료를 없애 카드사들의 수수료 지출과 IC 칩 구매 비용 등을 절감하는게 목표라고 합니다. 그리고 잘 정착되면 BC 글로벌 같은 해외 소재 카드사들과 결제대행사(PG), 가맹점 들과 협약을 맺어 글로벌 진출을 하는 것이 목표로 보입니다.
이런 로컬 결제망은 한국에서만 만들어지려하는게 아닙니다. 캐나다의 Interac, 홍콩의 Octopus, 일본의 Suica, 오스트레일리아의 EFTPOS 등 다른 국가에서도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고 있고, 그 결제망을 애플페이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애플페이?
국내 애플 팬들의 숙원 중 하나죠. 바로 애플 페이의 국내 도입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희망회로도 많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KLSC 구축 이후 애플페이를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애플페이의 도입은 카드사들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은 카드사들과 애플 사이의 수수료에 대한 입장차이가 정리되어야 애플페이의 한국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KLSC에 대한 비관론
낙관적으로는 우리나라도 독자 결제 규격을 갖게 되고, 카드사들은 수수료와 IC 칩 구매 비용을 절약해 마진을 확대하고, 소비자들은 결국 애플페이를!!!
하지만 비관론도 많이 있습니다. 일단 국내에서 RFID 단말기 보급이 저조하고 비접촉 결제가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KLSC가 만들어져도 실 사용에는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등 지지부진하게 끝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미 KLSC와 비슷한 필요성이 과거에도 있었고 시스템 구축이 추진도 되었지만 결국 용두사미로 끝난 전례도 많았습니다.
또 EMV 호환을 위해서 EMVCo 인증을 받아야하는데 자기들한테 수수료 내기 싫어서 독자 규격을 만들고 있는 쪽에 협조를 잘 해줄지도 의문입니다. 그래도 인증까지 무사히 받으면 빠르게 진행되긴 할 것 같습니다.
EMVCo 회원사들의 압력이 없을지도 의문입니다. 해외 겸용 카드에는 KLSC 탑재를 하지 말라고 압력을 준다던가 다양한 형태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신규 발급되는 카드의 절반 이상은 해외 겸용인데요. 만약 글로벌 카드 브랜드에서 KLSC 탑재를 불허한다면 신규 카드의 절반에는 KLSC를 탑재할 수 없게 됩니다.
뭐 이런 비관론이 있지만... 그래도 갈길을 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 애플페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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