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끌고 바다에 나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지도와 나침반일 것이다. 현재 내가 어디있는지, 어디로 향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이 물건들이 없으면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게 된다. 내가 어디있는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채 대양위에 둥둥 떠다니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아서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 뭘 위해 살아야하는지 모르면 고달픈 인생을 살게 된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하여 어느덧 9년차 개발자가 되었다. 지금까지는 항상 다음 목표가 있었다. 첫 번째 목표는 대학 졸업, 그 다음 대학원에 진학을 해야했다. 대학원에 들어가서는 석사 논문이라는 관문이 있었고, 취업이라는 숙제를 해야했다. 취업은 병역을 필하기위해 전문연구요원 복무가 가능한 회사를 선택해야 했고, 취업 이후에는 열심히 일하며 3년이라는 복무 기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면 되었다. 전문연구요원 소집해제 이후 2년 정도동안 지금과 비슷하게 뭘해야할지 막막한 상태에 있다가 이직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재작년 지금 회사로 이직을 했다.
나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마음에 든다. 당장은 이직 생각이 없는데 뭘해야할까?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야할까? 마치 몰디브의 따뜻한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돛단배 위에 누워있는 배부른 선원이 된 느낌이랄까. 지금은 배부르지만 언제 다시 배고플지 모르고, 폭풍우가 몰려올지 모른다.
이런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을 찾아보다가 <커리어 스킬>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암이 나았습니다. <커리어 스킬>이라는 책은 개발자에게 나침반과 지도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그런책이다. 심지어 아직 개발자는 아니지만 개발자가 되고 싶은 취업 준비생이나 개발자로의 전직을 희망하는 직장인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번역서로 읽었으며, "The Complete Software Developer's Career Guide"라는 이름의 원서를 번역한 책이다.)
이 책의 작가는 존 손메즈라는 사람이다. 소프트웨어로 업계에서 일하다가 유리천장에 부딪힌 이후 블로그 활동을 통해서 컨설턴트가 되었고, 지금은 다른 개발자들이 망망대해에서 표류하지 않도록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의 구성
이 책은 직장인이 읽기 참 좋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서문에도 나와있듯이 이 책은 처음부터 읽어나갈 필요는 없다. 책은 총 60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챕터는 독립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시간날때마다 틈틈이 한 챕터씩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한 챕터씩 읽다보면 7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금방 읽어나가게 된다.
책은 개발자로 취업하는 학생이나 비개발 직군을 위한 개론적인 설명부터 시작한다. 이력서는 어떻게 써야하며, 일자리는 어떻게 구하는지, 면접은 어떻게 봐야하는지, 개발자 경력이 없는데 개발자가 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책의 초반에 서술한다. 이미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나는 읽지 않고 넘어가도 무방했던 챕터인것 같다. (연말 휴가때 시간이 많이 남아 다 봤다.)
책의 중반에는 개발자로 취업을 한 다음 어떻게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팀으로 일하는 방법과 평가를 잘 받는 방법, 연봉협상과 승진에 대한 내용 그리고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까지 참 다양한 내용을 다뤄준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후반에 서술하고 있는 '경력 발전시키기' 부분이 좋았다. 이미 9년차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반부까지는 "흠... 그렇지 저래야지.."라는 내용으로 공감을 하며 넘어갈 수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개발자로서의 '사회생활'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적나라하게 가이드해주고 있다. 정말 솔직하게..
후반부의 경력 발전시키기는 어떤 회사에 다니는 누구..가 아닌 그 이상을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이 부분이 참 도움이 많이 되었다. 사실 이 책의 후반부에 대한 내용을 목차에서 발견하고 이거다 싶어서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인데, 역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경력 발전시키기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다보면 승진도하고 연봉도 오르게 된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다보면 하던 업무를 벗어나기 힘들고 연봉 상승률도 시간이 지날 수록 낮아지는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거나 현실에 아주 만족하며 살게 된다. 마치 따뜻한 몰디브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사람처럼...
결국 이 유리천장을 뚫고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유명해져야'한다. 이 책에서는 블로그를 운영하라고 권한다. 개인 브랜드를 만들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개발자'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개발자로 자리매김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연봉과 승진하기가 더 쉬워진다는 얘기다. 더 자세히 말하면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 회사 밖에서 유명해지라는 것이다. 회사 밖에서 유명해지면 회사 내부에서의 대우도 더 좋아지게 된다. (물론 회사에 가치를 가져다 주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
블로그를 운영하여 특정 기술에 대해 네임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자. 그 기술에 대한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자. 그 기술에 대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자. 그렇게 명성과 평판을 쌓아나가다보면 회사에서 만날 수 있는 유리천장을 돌파할 수 있는 기회를 찾게 될 것이다.
다행히 기술 블로그를 만들어서 배웠던 것을 정리하고 공유하고 있다. (사실 이 블로그가 기술블로그다...) 하지만 주제가 없이 배웠던 것을 마구잡이로 정리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된다. 나는 어떤 개발자일까? 어떤 개인 브랜드를 가져가야 할까?
지금은 데이터 엔지니어(Data Engineer)라는 직군으로 자바 기반의 데브옵스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결국 내가 파야하는 분야는 데이터를 다루는 데이터 엔지니어링과 자바 기술이다. 이 책을 읽고 커리어의 발전 방향을 정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또, 블로그 뿐만 아니라 데이터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학회와 커뮤니티 활동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교훈을 얻게 되었다.
이런분들에게 추천
이 책은 개발자라면 한번 읽어볼만하다. 초보에서부터 중급 개발자까지 다양한 경력의 개발자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나침반과 지도 역할을 해줄 수 있다. 혹은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도 읽어보면 좋다.
물론 국내 IT 시장과 약간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는 평도 있다. 미국 기준으로 작성된 커리어 스킬이라서 한국의 권위주의와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IT 시장도 방향성만 놓고 보면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 말하는 바도 결국 도움이 될꺼라고 생각된다.
추천도서 목록
이 책의 마지막부분에는 읽어보면 좋을 책을 소개하고 있다. 독서리스트가 필요한 개발자라면 한번씩 읽어보면 좋을 책들이 많이 있으니 참고하자.
훌륭한 코드 작성하기
* 코드 컴플리트 2: 더 나은 소프트웨어 구현을 위한 실무 지침서
* 클린코드: 애자일 소프트웨어 장인 정신 - 밥 마틴
* 클린 소프트웨어 - 밥 마틴
개발 기본 소양 갖추기
* GoF의 디자인 패턴
* Testing Computer Software
* Introduction to Algorithms
*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패턴
기존 코드 다루기
* 리팩토링
* 레거시 코드 활용 전략
* 패턴을 활용한 리팩토링
더 훌륭한 개발자 되기
* 소프트 스킬 - 이 책의 저자
*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 프로그래머, 열정을 말하다
인간으로서 성장하기
* 인간관계론 - 두고두고 보자
* 생각하는 그대로
* 성취심리
* 열정은 쓰레기다
깊이 들어가기
* 코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숨어있는 언어
* 컴퓨터 프로그램의 구조와해석
* 코딩인터뷰 완전 분석
*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 1 ~ 4
* Compilers: principles, Thechniques, and Tools
재미있는 책
* 괴델, 에셔, 바흐
* Magic 2.0 Series
* 마션
* 스노 크래시
인내와 동기부여에 관한 책
* The Obstacle is the way
* 10배의 법칙
* Be Obsessed or be Average
* 최고의 나를 꺼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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