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대책 - LTV/DSR 한시적 예외 및 경매 유예
최근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세 제도의 헛점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임대인 한 명이 100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등 생각보다 그 규모가 큰데요.
인천시에 따르면 '건축왕' 남 씨 외에 '빌라왕' 김모씨 등 악성 임대인 3명이 소유한 인천시 주택이 3008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 중에 2523채의 주택이 미추홀구에 있으며, 지난달 기준 2479채의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피해가 확인된 주택 중 1523채는 이미 경매절차가 진행중입니다.
경기도 화성 동탄과 병점, 수원 등지에 250채의 오피스텔을 소유한 부부와 관련된 전세사기 소식도 들려오고 있으며, 경기도 구리시에서는 20여명이 조직적으로 전세사기를 펼쳐 피해자만 500명, 피해액이 수백억원 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피해자들도 나오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이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긴급 대책으로 LTV/DSR 한시적 예외 조치와 6개월 경매유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6개월 경매 유예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중단 혹은 경매 유예를 지시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피해 주택 경매 중단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해 금융회사가 대출을 해준 경우 6개월 이상 경매에 넘어가지않도록 협조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경매 절차에 돌입한 경우 매각 처분을 유예하도록 요청할 계획입니다.
미추홀구에서 다량의 경매 매물이 나오자 소위 경매꾼들이 붙어서 투자를 조장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싼 값에 낙찰을 받고, 세입자가 대항력이 없는 경우 퇴거 조치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거나 월세로 새로 계약하라는 등의 조언을 주고받으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선순위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경매절차를 유예하거나 중단할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인 세입자들이 곧바로 퇴거해야하는 상황은 일단 막을 수 있습니다. 6개월 정도 경매 절차를 늦춰 피해자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거주지를 옮길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자는게 경매 유예 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순위 채권자가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인 경우 금융당국을 통해 경매 유예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채권자가 대부업체이거나 개인인 경우 금융당국이 주택에 대한 경매나 매각을 강제로 유예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은행이 경매 유예로부터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서 대출 금리를 올리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경매 유예 자체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데다가 채권회수의 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염려도 있습니다.
6개월 경매 유예와 더불어 정치권에서는 경매 낙찰자보다 전세사기 피해자인 세입자가 주택을 우선 매입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법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LTV/DSR 한시적 완화
경매 유예와 더불어 피해 세입자들이 경락대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한시적으로 완화될 예정입니다. (관련글 : LTV, DTI, DSR이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세사기 피해자인 세입자가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낙찰받고 싶을 때, 금융규제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에는 전세자금 대출을 이미 받아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경매 낙찰 대금을 위해 경락대출을 받으려고 하더라도 DSR 규제에 걸려 대출 실행이 안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더라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DSR과 LTV 규제의 예외로 적용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은행권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돕기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총 53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세대당 1억 5천만원 한도(보증금 3억원 이내)내에서 총 2300억원을 전세자금대출르 지원할 예정입니다. 피해자가 새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5년 거치를 포함해 최장 40년 만기로 세대당 2억원, 총 1500억원을 대출해줄 예정입니다. 경매, 공매에서 주택을 낙찰받고자 하는 피해자에게는 세대당 2억원까지 총 1500억원의 대출을 지원할 예정이며, 모두 첫 1년간은 산출된 금리에서 2% 포인트를 감면해주고 이후에도 상품별 최저금리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역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방안을 파악 및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상호금융권도 이자율 조정에 나섰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새마을금고에 전세대출이 있을 경우 이자율 조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밖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정책금융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더 낮은 금리로 받을 수 있게 지원하고,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생활자금 지원을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다만 DSR 한도를 풀어줄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과도한 대출을 받게되어 이자에 허덕이는 상황으로 몰아가게 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은 당장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총력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반드시 전세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본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가 사회에 뿌리내려 있는 한국에서 이런 전세사기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세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 개편과 법 개정 등이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