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세가율과 갭투자의 뜻
요즘 부동산과 관련된 뉴스 기사를 보면 '갭투자'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보입니다. 갭투자의 뜻과 갭투자와 관련된 전세가율이라는 단어의 뜻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전세가율 뜻
우리나라에는 '전세'라고 하는 독특한 임대차 계약 형태가 있습니다.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계약기간동안 주택을 임차해서 살다가 계약이 끝나면 전세보증금 100%를 돌려받고 나가는 계약입니다. 전세라고하는 형태의 계약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한국에서 크게 발달했습니다.
전세가율 = 전세보증금 / 매매가
아무튼 전세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전세보증금이라고하는 목돈이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오갑니다. 전세가율은 주택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보증금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전세가율을 구하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서울에 있는 어떤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10억이고, 전세 보증금이 6억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이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매매가 10억 대비 전세보증금 6억에 해당하므로 60%가 됩니다. 전세보증금 6억을 매매가 10억으로 나눈 값입니다. 매매가와 전세보증금의 차이는 '갭(Gap)'이라고 부르며 전세를 주고 매매를 했을 때, 집주인이 지불해야하는 금액을 의미합니다.
전세가율이 높다는 말의 의미는 전세보증금과 매매가의 차이가 작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깡통전세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억짜리 아파트에 전세보증금이 9억이라면 전세가율은 90%인데요. 전세 세입자가 계약이 끝나고 나갈 때 전세보증금 9억을 집주인이 마련하지 못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세 시세가 6억으로 급락한 경우 차액인 3억은 집주인이 마련해야하는데 현금 3억을 융통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에는 주택을 경매에 넘겨서 보증금을 돌려받아야하는데요. 경매로 넘어간 주택의 경우 매매가격을 전부 받지 못하고 60~70%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국세 등이 밀려있거나 선순위 대출이 있는 경우에는 이마저도 못받습니다.
일부 빌라같은 주택의 경우 전세가율이 100%를 넘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전세보증금으로 계약을 했거나 주택 가격이 많이 떨어져 전세보증금보다 싸진 경우가 간혹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높은 주택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대출받을 때 보증보험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전세로 들어가는 세입자분들은 전세가율이 적당한지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합니다.
갭투자 뜻
이제 집주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서울의 10억짜리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이 6억이라고 했을 때 차액인 4억을 '갭(Gap)'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전세를 끼고 이 집을 산다고 하면 갭에 해당하는 4억만 있으면 됩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는 이런 매매 방식을 '갭투자'라고 합니다. 갭투자는 엄밀히 말하면 경제 용어는 아니고 그냥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형태의 주택 매수 방식을 의미합니다.
갭투자는 레버러지(Leverage) 투자의 일종으로 집값이 상승했을 때 투자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10억짜리 아파트가 2년이 지나서 14억이 되었다고 해보겠습니다. 10억의 돈을 현금으로 지불하고 매수했다면 2년동안의 투자 수익은 40%에 해당하는 4억입니다. 10억을 투자해서 4억을 번것이죠.
하지만 4억의 갭투자를 해놨다면 수익률 계산은 조금 달라집니다. 4억의 돈을 투자해서 구입한 10억짜리 아파트가 2년후에 14억이 되었으므로 4억의 시세차익이 생겼습니다. 4억을 투자해서 4억을 벌었기 때문에 갭투자의 경우 투자수익률은 100%가 됩니다. 현금 10억이 있다면 4억짜리 갭투자 한채, 3억짜리 갭투자 두채를 해놨다면 거의 10억의 추가 시세차익을 받을 수 있는겁니다. 한채를 현금으로 구입했을 때에 4억을 번것과 비교해보면 6억을 추가로 번것이죠. (편의상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등은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시나리오는 갭투자뿐만아니라 은행대출을 일으켜서 매수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레버러지의 마법이죠. 하지만 전세 세입자의 보증금을 받아서 하는 갭투자는 세입자에게서 무이자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2년 동안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서 무이자로 받아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새로운 전세 세입자를 구해서 보증금을 반환하면 되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시세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만기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혁신적인 사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는게 바로 갭투자의 묘미입니다. 하지만 모든 레버러지가 그렇듯 집값이 하락하거나 전세시세가 하락하는 경우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집값이 하락하거나 전세시세가 하락하는 경우 돈이 돌지 않아서 집을 경매에 내놔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 경우 4억을 투자해서 2억을 손해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대출 규제의 우회 효과
최근 집값이 급등했습니다. 아파트 매수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 정부는 LTV, DSR 규제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 [부동산공부] LTV, DTI, DSR이란? - 대출 규제 뜻 설명) 예를 들어 투기과열지구 이상 규제지역이라면 집 값의 40%까지만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도 9억 초과분에 대해서는 20%만 받게 되고, 15억이 초과하면 아예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소득이 적다면 DSR 규제에 걸려서 받을 수 있는 대출 금액이 집값의 40%를 밑 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규제로는 이런 갭투자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대출규제로 은행을 통해 높은 아파트의 시세를 감당하기 힘들게 되었는데요.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전세가가 치솟자 전세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갭투자를 하는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LTV 규제로는 최대한 40%까지만 받을 수 있지만 갭투자로는 전세가율까지는 세입자로부터 차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가율이 70%라면 집값의 70%를 세입자로부터 받고 내돈은 30%만 들일 수 있는겁니다. 물론 내가 들어가서 살 수는 없지만 치솟는 아파트 시세는 그대로 내것이 되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갭투자 수요의 증가는 실제로 통계가 나왔는데요.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지역별 갭투자 현황 자료에 의하면, 서울특별시의 각 구별 갭투자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종로구 | 33.6 |
중구 | 33.7 |
용산구 | 51.1 |
성동구 | 44.4 |
광진구 | 37.2 |
동대문구 | 33.4 |
중랑구 | 36.2 |
성북구 | 41.9 |
강북구 | 48.3 |
도봉구 | 47.5 |
노원구 | 33.1 |
은평구 | 48.0 |
서대문구 | 43.1 |
마포구 | 50.1 |
양천구 | 55.8 |
강서구 | 50.7 |
구로구 | 45.5 |
금천구 | 42.1 |
영등포구 | 49.7 |
동작구 | 43.8 |
관악구 | 46.7 |
서초구 | 42.7 |
강남구 | 44.3 |
송파구 | 31.4 |
강동구 | 38.4 |
서울시에서 일어난 주택 매매 건수 중 갭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43.5%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는 지난해인 2020년 35.6%에 비해 증가한 수치입니다. 일각에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거래까지 합하면 2/3 가량의 거래가 갭투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갭투자 비율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건 중에서 임대 목적이면서 보증금을 승계한 건수를 뜻합니다. 규제지역은 모든 매매거래에 대해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하고 그외 지역은 6억 이상 거래만 제출하면됩니다.)
집주인에게 흘러가는 전세보증금은 전세 대출을 통해서 공급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주거 안정을 위해 규제하지 않고 있는 전세보증금 대출 상품이 쓰리 쿠션으로 튕겨서 결국 주택 매매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형태입니다. 사실 갭투자는 잡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갭투자의 두 축중 하나는 전세세입자인데 전세세입자는 100% 실수요층이기 때문입니다. 당국도 골치가 좀 아플것 같습니다. (그래서 은행권에 가계대출 총액 규제를 통해서 은행이 알아서 줄이라고 하는 식으로 푸는 것 같습니다)
규제 당국이 아마도 다음에 내놓을 대책은 전세와 갭투자를 타게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